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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서

  • 작성자
    박검진
  • 작성일
    2011-09-24 11:35:50
  • 조회수
    1799
 
오랜만에 토요일 오전 인적이 드문 학교주변을 산책했다. 물은 많지 않았으나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고 벼는 누렇게 추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논길사이로 걸어가는데 허수아비가 정말 사람처럼 서있었다. 아직도 허수아비가 있다는 사실에 옛날과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걸으면서 땅을 보니 새삼 새롭고 고맙게 느껴졌다. 내가 살아서 이땅을 밟고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행복했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인데 부귀영화 따위가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걸으면서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난 지금 뭘하고 살고있고 내가 추구하는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

당장 박사학위논문을 써서 박사가되고 싶으나 생각처럼 싶게 풀리지 않는다. 이미 학회지에 논문을 두편 기고하기는 했으나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을 느낀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체계를 잡고자 한다. 기회가 되면 책을 한권 더 쓰고 싶고 학회에서 발표도 더 하고 싶다. 이미 학회발표도 두번했으나 매번 만족스러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왠지 뭔가가 부족한 발표였다. 연구를 하면 할수록 방대하고 심오한 학문의 세계에 나는 작아지고 고개만 숙여질 뿐이다. 내가 수행한 연구가 오묘하고 드넓은 학문 세계에서 작디작은 티끌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조금이라도 이세상에 도움을 주고 떠나는 것 같아 다행으로 생각한다. 한부문에서 나름대로 주장할 수 있는 논리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있다면 난 인생을 허비하면서 살지는 않았다고 내 자신에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될 수 있도록 하루하루 겸손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살고자하는 마음이다.

걸으면서 하늘을 보니 너무도 맑고 구름도 적어서 하늘이 더 높아만 보였다. 정말 아름답다는 말 밖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이렇게 좋은 세상에서 할일이 있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것은 없을 것 같다.

요즘에 난 "공주의 남자"라는 드라마에 빠져있다. 주중 드라마라서 매번 볼 수는 없으나 휴일에 집에서 재방송을 볼 정도로 재미를 붙이고 있다. 수양대군 시절의 얘기야 이미 다 알고있는 역사적 사실이건만 그래도 주인공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 작가의 감각과 능력이 기대되는 드라마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인생의 부귀영화도 헛된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정치 권력을 잡은들 그것이 얼마나 가겠는가? 한시대를 풍미했던 영웅들이 지금은 모두 쓸쓸한 퇴장을 한 모습을 보면서 한평생을 이름 없이 살다간 수많은 사람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건만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다간 사람들이다. 이런사람들이 진정한 행복을 누린 사람들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는지 내면은 잘 모르겠다.

인터넷을 보다보면 우리가 알 정도로 유명한 사람들은 일거수 일투족이 기사화되어서 우리가 더 잘 알고 사는 것 같다. 홍의원이 눈썹문신을 했다고하고, 이의원이 광개토대왕 드리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거나 나의원이 정치를 하게된 이유가 장애인 아들을 우습게 아는 학교선생 때문에 자신이 정치에 입문하여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배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하여 자신의 의정활동을 생중계해주고 있다. 모두들 재미있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인생인 것이다.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고 살면 되는 것이다. 한참 걷다보니 학교가 잘 안보인다.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학교쪽으로 다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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