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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꼬 한마리

  • 작성자
    박검진
  • 작성일
    2010-04-06 09:55:55
  • 조회수
    2741
우리 집에는 구구라는 잉꼬한마리가 있다. 새끼시절부터 키웠는데 이제는 제법 늠름하게 자라서 나이가 세살이 되었다. 이 녀석은 어릴 때부터 새장에 넣고 관상용으로 키운 것이 아니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아파트 베란다에 풀어놓고 키웠다. 집사람은 새가 똥을 아무곳에나 싼다고 새장에 넣고 키우자고 아우성이었다.

어느 날 출장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 보니 녀석이 새장에 들어가 있었다. 난 그녀석의 얼굴을 보았다. 잔뜩 찌푸린 얼굴에 불만이 가득한 얼굴처럼 보였다. 생기도 많이 잃은 것 같았다. 난 집사람이 없을 때 슬그머니 녀석의 새장을 열어주었다. 녀석은 주둥이로 새장을 열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날개짓하면서 베란다 위를 선회했다. 자유를 만끽하는 것 같았다. 녀석은 내 어깨 위에 앉아서 고마움의 표시로 내 귀를 부리로 비벼대고 있었다. 새도 고마움을 표시한다는 것을 난 그날 알았다.

그날 이후로 다시는 구구를 새장에 가두고 키운 적이 없었다. 언젠가부터 녀석은 자기 모이에 싫증이 났는지 우리가 밥을 먹고 있으면 날라와서는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을 달라고 보챘다. 한번은 여름에 우리 가족이 콩국수를 먹고있는데 휙 날라와서는 식탁위에 앉았다. 그리고는 한바탕 날개 짓을 했다. 집사람과 딸애는 기겁을 하고 더러워서 콩국수를 먹지않겠다고 한다. 난 꾹 참고 콩국수를 다 먹었다. 콩국수를 먹으면서 구구에게 콩국수를 손에 올려놓고 먹으라고 주니 너무도 잘 먹는다.

구구는 그날 이후에는 우리가 밥을 먹을 때마다 날라오고, 심지어 TV를 보면서 뭔가를 먹고 있어도 자기도 달라고 집으로 들어왔다. 집 사람도 처음에는 싫어하더니 차츰 녀석을 좋아하게 되었다. 정이 들은 모양이다. 집사람이 구구에게 입으로 먹는 시늉을 하면서 "얌얌"하면 구구는 그 뜻이 무엇인지 알았다. 우리가 먹고 있는 입으로 달려들었다. 구구는 자기 이름을 수천번 들었어도 확실히 자기 이름인지 모르는 것 같았지만 "얌얌"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우리는 구구의 재롱으로 너무도 행복했다. 나는 구구를 우리집 막내라 생각했고, "박구구"라고 내 성까지 붙여주었다.    

이런 귀엽고, 사랑스런 구구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어느날 수요일 밤에 집사람이 울먹이면서 전화를 했다. 구구가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난 베란다 창문을 열어두었냐고 물으니 집사람 얘기는 모두 닫혀있었다고 했다. 난 집사람에게 혹시 모르니 집안 구석을 잘 찾아보라고 했다. 집안에 구구의 흔적은 없다고 했다. 도둑놈이 들어왔던 흔적도 없다고 한다. 그러면 도대체 구구는 어디로 증발했단 말인가?

난 순간적으로 베란다의 배수구를 생각했다. 배수구를 열어 두었던 것이다. 평상시에 구구는 배수구 속으로 들어가 본적이 없기 때문에 난 청소를 한후, 아무 생각 없이 배수구의 뚜껑을 열어둔채로 둔 것이다. 집사람에게 배수구로 구구가 빠져나갈 공간이 있느냐고 물으니 옆으로 공간이 있어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녀석이 이곳으로 갔단 말인가? 평소에 겁이 많아서 절대로 그곳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 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곳에 빠졌다면 우리집이 18층이니 18층에서 아래층 하수구까지 미끄러졌을 것이고, 만약 그사이에 위층에서 베란다 청소물을 사용했다면 그물에 휩쓸려 하수구로 빨려 들어갔을 것이다. 만에 하나 다른 집 배수구로 들어갔더라도 우리집처럼 배수구 통로의 뚜껑을 열어두지 않았으면 배수구 밖으로 나오질 못할 것이고, 그러면 녀석은 굶어서 죽을 수 밖에 없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난 집사람과 통화한 후, 계속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웠던 녀석을 잃고나니 너무도 허탈한 생각이 들었다. 집 딸애도 울고불구 난리다. 그 와중에 난 구구가 다른 새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어려서부터 자유롭게 풀어 키워서 다른 새들에 비해서 빠르고 날렵했기 때문에 배수구 밑으로 추락하면서도 혹시나 자신의 발로 다른 층의 배수구 입구를 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가능성은 거의 희박했지만 우린 희망을 잃지 않았다.

난 인터넷에서 녀석과 비슷하게 생긴 놈을 다운로드 받아서 실종신고문을 만들고 엘리베이터 내와 1층 안내판에 실종신고를 했다. 우린 일주일 동안만 연락을 기다리고, 그때까지 연락이 없으면 구구를 잊자고 했다. 안내문을 부착하고 돌아와 구구가 놀았던 베란다를 보니 구구 모습은 보이질 않고, 구구가 먹다 남은 모이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눈물이 핑돌았다. 구구가 공포 속에서 외롭게 죽었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토요일 오후에 실종신고문을 부착했는데 일요일 오전에 연락이 왔다. 구구가 살아있다는 연락이었다. 난 세수도 하지 않은채로 7층으로 향했다. 그 집으로 들어가서 구구를 보니 그 집 베란다의 빨래걸이 위에 기가 죽은듯이 앉아있었다.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18층에서 7층까지 어떻게 왔을까? 난 구구에게 "구구야 아찌다" 라고 소리치니 녀석은 날 못알아 보고 떨고있었다. 아직도 충격이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난 "얌얌"이라고 소리치니 그제야 고개를 번쩍들더니 나에게로 날라왔다.

그집 주인 아줌마는 구구가 사람을 너무 잘 따라서 그 집에서 키우려고 새장까지 샀다는 얘기를 들었다. 몇일 사이에 너무도 정이 들었다고했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구구는 틈만나면 울었다고 했다. 무슨 새가 저렇게 슬피우는지 너무도 안스러웠다고 했다.

난 구구를 데리고 우리집에 오자 문 앞에서 집사람과 딸애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죽은줄만 알았던 구구가 살아 돌아왔다. 우리집 딸애는 소리쳤다. 아빠가 구구를 빠삐용이라고 했는데 정말 빠삐용이라고 했다.

사실 난 그 전날 밤에 구구를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서 집사람과 함께 타이탄이란 영화를 보았다. 제우스의 아들인 페르세우스가 신을 상대로 싸우는 영화를 3D로 관람했다. 난 영화를 보는 도중에 화면속에서 나약한 인간들이 신을 향하여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나도 기도를 했다. 구구가 살아있다면 우리품으로 돌아오도록 도와달라고 기도를 했다.

난 영화가 끝나고 집사람에게 구구를 위한 기도를 했다고 했다. 집사람은 모든 것을 체념하는 듯했다. 그러나 기적처럼 구구는 우리곁으로 돌아왔다. 하느님 또 한번 제 기도를 들어주셨군요. 벌써 몇번째 저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셨습니까! 하느님 정말 감사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정말이지 그 끝이 어디입니까? 지금 서해안에 군함이 침몰하여 승조원 46명이 실종되었는데 그 가족들에게도 하느님의 은총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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