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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영경제학회에서 논문 발표를 하고서...

  • 작성자
    박검진
  • 작성일
    2009-03-03 00:43:12
  • 조회수
    3714
지난 금요일에 기술경영경제학회에서 발표를 하였다. 이번 34회 학회에서는 대학원 과정에서 총 14편의 논문 발표와 일반 과정인 기술경제분야에서 7편, 기술경영분야에서 8편, User/Open Innovation에서 8편, 과학기술과 정보분석 분야에서 6편 등, 총 53편의 논문이 4개의 세션으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다.

난 기술경영분야에서 발표를 하였다. 다른 세션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잘 모르겠고, 내가 참석하고 발표한 곳의 분위기는 학술 전쟁을 방불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대부분을 교수님들이 직접 발표하셨다. 충북대 교수님이 중국 기업의 가치혁신 신제품 개발 전략에 대해서 발표를 하셨고, 포스텍의 교수님은 중소기업의 서비스 R&D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연구 R&D라는 것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서비스 R&D는 생소한 개념이라 매우 흥미롭게 경청했다. 그 교수님은 관련 중소기업으로부터 설문조사를 하고 인터뷰를 했지만 호응이 좋지 않아서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하셨다. 그분은 연구를 함에 있어서 일단 가설을 설정해놓고 실제 실증연구를 통해서 가설이 맞는지를 추적하였다. 매우 흥미로운 연구방향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분의 발표가 끝나고 다른 교수분들의 코멘트가 이어졌다. 가설을 증명했다는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존 가설과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그 구별점을 추궁했다. 불꽃튀는 설전이 벌어졌다. 학문의 전당에서 벌어지는 멋진 광경이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지성의 터였다. 이런 곳에서 잠시후 나도 발표를 해야한다는 것이 부담이 되어서 연신 물만 들이켰다.

이번에는 한국표준협회에서 발표를 하였다. 표준과 특허의 전략적 연계방안에 대한 연구였다. 내 연구 분야와 비슷해서 더욱 흥미가 있었다. 특히 표준특허는 일반특허 보다도 인용횟수가 3배 더 많다고 발표를 할때는 무척 그 인용횟수가 궁금했다. 발표가 끝난 후, 질문을 하니 발표자가 잘 기억을 못하고 있었다. 내 질문 이전에 이미 다른 교수님의 코멘트가 이어졌는데 너무 범위가 넓고, 논문의 형식을 띠고 있지 못하다고 핀잔을 주었다. 난 일반 컬럼과 논문과의 차이가 이런 것이구나를 깨달았다. 실전을 통하여 고수들의 가르침을 전수받고 있다는 사실이 마냥 즐거웠다.

다음 발표는 건국대 교수님의 발표였다. 영어로 작성된 논문이었다. 수준차를 또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내용도 참 특이했는데 인도의 타타자동차회사의 저가격 파괴적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대한 논문이었다. 250만원짜리 오토바이 대신 250만원짜리 승용차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얘기였다. 어떻게 해서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원가를 줄이고 open innovation을 추구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하였다. 발표 후에는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이전의 다른 분의 논문 내용과 비슷하다고 하면서 그 근거를 제시했다. 접근방식이 매우 유사하나 어떻게 저가를 실현하는지에 대한 구체성은 돋보인다고 했다.

다른 교수님은 코멘트하기를 외국 학회지에 게재하려고 하는 것 같으나 오리지날이 무언지를 질문하면서 파괴적 혁신이라는 용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되온 용어인데 종래의 용어 의미와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질문했다. 또 한번 불꽃튀는 지성의 대결이었다. 내가 그런 현장에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잠시 휴식을 가진 후, 후반부 발표가 시작되었다. 연세대학교에서 석사과정에 있는 젊은 친구가 고수들이 응시하는 중심 무대에 섰다. 그 친구는 신기술 사업화를 위한 기술평가체계 개발에 관한 연구에 대해서 발표를 했다. 다음 발표가 내차례였기에 몰두를 할 수는 없었으나 너무 내용이 방만하게 느꼈고, 주장하는 핵심이 무엇인지 아리송한 논문이었다. 이런 주제를 석사과정 친구가 발표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않았다. 당차게 발표는 했으나 교수님 중 한분이 말씀하시기를 이런 내용은 기보 등에서 이미 연구를 끝내고 있는 것인데 새삼스럽게 발표를 하면 학계가 업계를 선도를 해야할텐데 무엇으로 그들을 선도할지를 물으시면서 기보 사람들과 한번 논의를 해보라는 의견을 주셨다. 순간 발표자인 그 친구는 풀이죽는 모습이 역력했다. 고수가 아니면 무대에 서지도 말라는 무언의 암시처럼 느껴졌다.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난 레이저포인터가 없으면 발표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좌장들이 쓰고 있던 마이크를 빌리러 갔다. 교수님 중에 한분이 약간 화를 내셨다. 그러나 나는 게의치 않고, 마이크를 집어들었다.

본 발표 전 휴식 시간에 내가 가지고간 USB를 열어보니 열리지 않았었다. 난 순간 당황했다. 그러나 혹시해서 다른 USB를 가지고 갔는데 다행이 그것은 열렸다. USB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난 발표 당일 육감이 이상해서 USB를 두개를 챙겼는데 나의 육감은 적중했다. 만약 USB가 열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튼 발표는 시작되었다. 내 발표 주제는 IT산업에서 특허를 전략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이었다. 처음에 너무 긴장을 했는지 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발표가 아닌 강연을 하고 있었다. 고수들 앞에서 강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좌장은 시간이 많이 초과되고 있으니 이만 접으라고 아우성이다. 난 내 스타일대로 발표를 마쳤다. 이어서 교수님의 코멘트가 이어졌다. 주제가 너무 넓고, 목적과 내용이 맞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에서 실제 분쟁에서 활용된 특허인 만큼 가설을 세우고 통계적인 검증을 하면 업계에서도 유용한 논문이 될 것 같다고 희망섞인 말씀을 해주셨다.

한편으로는 꾸중을 들었지만 한편으로 가능성을 보았다. 잘만 하면 학계에서도 내 논리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안 것은 큰 수확이었다. 마무리를 할 즈음에 경청석에서 질문이 들어왔다. 컨텐츠의 내용이 새로운 것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KSR CASE는 왜 나왔는지 질문을 했다. 난 그 젋어 보이는 친구 얼굴을 한번 보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KSR CASE에 대해서 Fujitsu 사례로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마무리를 할 순간 좌장이 일어서더니 새로운 것이 없다는 질문이 나왔는데 그것에 대한 답을 해달라고 했다. 막 답을 하려는 순간 좌장이 또 얘기했다. 질문한 사람은 변리사입니다. 난 그 변리사 얼굴을 다시 한번 보았다. 특허 일을 많이 한 친구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난 우선 간단히 이 업계에서 20년 이상되었음을 말하고, 이제까지 나의 연구 방법을 사용한 것을 본적이 없다고 설명하면서 말로만 전략특허이지 실제 기업에서 사활이 걸린 업계 대표특허를 가지고 벤치마킹해 본 것을 본적도 없고, 이것을 현실화 한것이 본 논문의 핵심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면서 이것으로 논문이 끝난 것이 아니라 좀더 보완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해준 말은 이 논문이 완성되면 특허 분야의 문외한이라도 특허가치를 알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정말 큰 경험을 했고, 다시한번 고수들과 마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음 학회 발표 때는 좀더 세련된 연구결과를 보여주고픈 마음이 들었다. 고수들과 마주한 학회를 마치고 그 날밤 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학회 현장의 놀라움이 아스라이 뇌리를 스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시각을 보니 새벽 4시 15분이다. 여전히 경외의 그림자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난 박사가 되고 싶어서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했으나 이번 학회를 참석하고 느낀 것은 박사학위 논문 준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계에서 인정해주는 연구 업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함을 알았다. 그리고 나서 내공이 쌓이면 그때가서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박사가 되었다는 것은 학자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알아줄 정도가 되어야 박사학위가 빛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는 학위를 얻어보아야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다. 외형만 박사가 아닌 내실이 꽉찬 박사가 되기 위해서 내공을 쌓아야한다. 학문을 위한 학문 연구보다는 학문을 실제 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실용화를 도울 수 있는 살아있는 연구가 진짜 학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박검진 배상  

  • 손영욱 2009-03-03 10:47:26
    너무도 생생한 현장 분위기와 열정이 느껴집니다.
  • 엄유선 2009-03-03 15:54:58
    가능성을 보셨으니 더욱 큰 열정이 생기셨겠어요^^
    글을 읽고만 있어도 소름이 돋는데, 그 현장에 가면 정말.....느낌이..
    우와. 멋있으세요!!! ^^ 나도 가보고싶다..
  • 박검진 2009-03-06 17:57:18
    많은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참고로 그동안 정들었던 호서대 특허관리 어드바이저를 접고, 새로이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특허관리 어드바이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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